기밀수사에 쓰는 특활비, 격려금 지급 사례 처음 드러나

부천지청 먹칠로 가린 2021년 10월 특활비 지출내역 복원
직원 격려, 비수사 부서 지급, 부장검사 나눠주기 행태 확인

뉴스하다,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독립언론ᆞ공영방송과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 등 3개 시민단체가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습니다.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한 결과를 지난 14일부터 공개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검찰이 먹칠로 감추려한 특수활동비의 실체가 인천지검과 부천지청에서 드러났다. 검게 칠한 영수증 뒤에는 성과를 치하하기 위해 격려금을 나눠주거나 인사철을 앞두고 특활비를 지급하는 등 목적에 맞지 않는 사용행태가 만연했다.

뉴스하다가 1차 검증한 인천지검 특활비 자료는 2017년 8월부터 2019년 9월까지다. 자료에 포함된 월별 집행(내용)확인서와 영수증은 수령날짜와 금액을 제외하고는 모두 먹칠된 상태다. 부천지청도 마찬가지다. 2017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자료를 수령했으나 모두 먹칠돼 있다.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이 종이 한 장을 남기고 오갔으나 사용내용과 수령인은 먹칠 뒤에 숨었다.

검찰은 철저히 감추려했다. 그러나 전부 가리지는 못했다. 뉴스하다의 검증과정에서 빈틈을 두고 가렸거나 덧칠을 하지 않아 글자가 비치는 영수증이 발견됐다. 드물지만 수령인이 그대로 노출된 사례도 있었다.

뉴스하다는 김형근 지청장 재직 시절, 부천지청이 먹칠한 2021년 10월 특활비 지출내역기록 27건 중 18건을 복원했다. 검찰이 그토록 가리고 싶었던 특활비 사용내역을 유형별로 공개한다.

기밀수사에 쓴다던 특활비 격려금 지급

‘격려금 : 용기나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워 주기 위하여 주는 돈(표준국어대사전)’

기밀수사에 써야할 특활비가 직원을 격려하는데 사용됐다. 부천지청은 2021년 10월 18일 검사와 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50만 원과 30만 원을 각각 특활비로 줬다. 국정감사를 우수하게 했다는 사유로 격려금을 지급한 것.

‘국정감사 우수검사격려’ 사유로 쓴 부천지청 특활비. 먹칠 뒤로 글자가 비친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이며,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예산이다.

부천지청이 수사 활동에 직접 사용해야하는 예산을 수사와 전혀 무관한 격려금으로 사용한 일은 명백한 부정 사용이다.

부천지청이 격려금을 주며 지출 근거로 작성한 영수증 또한 모순덩어리다.

지청은 영수증에 ‘특수활동비를 다음과 같이 현금으로 수령함을 확인하고 수사 및 정보활동 등 경비집행의 목적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어 그 집행내역 확인서 작성을 생략합니다’라고 썼다. 검찰의 의도대로 집행사유를 가리고 보면 그럴듯한 이유다.

그러나 먹칠 뒤에 숨긴 ‘국정감사 우수직원 격려’라는 지출사유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 및 정보활동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영수증 자체가 특활비가 목적에 맞지 않게 쓰였다는 증거인 셈이다.

특활비를 격려금으로 쓴게 예산오남용이 아닌지 묻는 질문에 당시 결재권자였던 김형근 전 부천지청장은 “ 제가 지금 현직을 떠났지 않습니까. 현직에 있을 때 말씀을 지금 드리는 건 조금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요. 지금 검찰 내에 계신 분들께 적정한 사용이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비수사부서 지급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타 지역 검찰청에서 확인한 비수사부서 특활비 지급행태는 부천지청에서도 나타났다.

부천지청은 2021년 10월 1일 9건 총 255만 원의 특활비를 지급한다. 그 중 지급대상과 지급사유를 찾아낸 것은 6건이다. 이 6건 중 절반인 3건이 비수사부서에 갔다.

특활비 50만 원을 수령한 이는 당시 사무국장이다. 지급사유는 불송치 관련 업무활동 지원이었다. 검찰청법 제26조제5항에 따르면 사무국장은 상사의 명을 받아 소관 국의 사무를 처리하며 소속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

총무계 업무총괄 직책도 같은 날 30만 원을 받았다. 특활비 지급 사유는 심층수사 활동지원이었다. 그가 맡았던 업무는 계 업무총괄과 클린콜이다. 총무업무는 청의 각종 행사, 정보공개, 기획, 인사, 상훈, 교육, 보안, 연금, 의료보험, 문서접수 등으로 특활비를 쓰는 수사업무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21년 10월 1일 사건계 직원이 특활비를 수령한 영수증

사건계 소속도 압수물처리활동지원을 사유로 20만 원을 수령했다. 해당직원의 업무는 압수, 항고, 재정, 약식기록인계였다.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활동에 사용해야 하는 특수활동비가 건네진 것은 특수활동비의 용도를 벗어난 지출로 보인다.

이 밖에 같은 달 7일에는 사건과장이 33만 원을 받아갔다. 사유는 추징 및 압수물 처리활동 지원이였다. 사건과의 업무가 “사건의 접수 및 처리, 진정·내사사건의 처리, 통계, 영장, 압수금품의 접수·처리에 관한 사항을 처리”하는 것으로 보아, 이것 역시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활동에 썼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 특활비가 수사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까지 뿌려진다는 정황은 전 검사장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수사를 직접 맡지 않는 사무국에도 특활비를 지급한다는 말이다.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은 지난 13일 뉴스하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특활비를 그 돈을 자기가 쓰는 게 아니고 일선 부서의 일선 기관에 다 뿌려요. 그러면 검사장도 받아서 각 부라든지 사무국이라든지 이런 게 있잖아요. 거기에 다 뿌리는 거지, 그게 검사장이 그냥 쓰는 게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비수사부서 특활비 지급에 대해 대검은 앞서 “검찰의 수사·정보 활동은 수사·비수사 부서로 일률적 구분이 어려우며 비수사부서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수시로 수사·형 집행 업무에 투입·편성돼 업무를 집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활비 나눠가진 4인의 부장검사

부천지청의 2021년 10월 지출내역 기록부를 보면 동일한 날 동일금액이 한꺼번에 지급된 패턴이 두 차례 나타난다. 먹칠 속에 가려진 수령자는 4명의 부장검사다.

10월 5일에는 4명의 부장검사가 각 27만 원 씩을 받아갔다. 사유는 ‘부장검사 수사활동 지원’ 3건과 ‘부장검사 범죄정보 활동지원’ 1건이다.

특활비 영수증 사유에 ‘부장검사 수사활동지원’ 글자가 비친다.

10월 18일에도 ‘부장검사 정보수집 활동지원’을 사유로 4건의 특활비가 지급됐다. 지급액은 18만 7천 원.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절차를 걸쳐 집행해야 하는 예산이다. 부서별로 일괄 지급하거나 동일 금액을 나눠쓸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부천지청의 사례 역시 4개 부서에서 동시에 천 원 단위의 특활비를 필요로 하는 정보수집 활동이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특활비를 받은 4명의 부장검사 중 한 명은 공판부 부장검사다. 공판부는 공판, 환경, 식품의약, 교통 분야 업무와 재판중 사건기록열람·등사 업무를 담당한다. 부장검사에게 일괄적으로 준 특활비가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활동에 쓰였는지 적절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사이동 앞두고 고액 지출

뉴스하다는 지난 14일 특활비 1차 검증 보도에서 검사장이 퇴임이나 이임을 앞두고 특활비를 몰아쓰는 패턴을 보도했다. 인천지검 뿐만 아니라 울산지검과 대구지검 등에서 법무부 인사가 나기 직전 특활비를 무더기로 지출한 정황이 확인됐다.

대검은 지검장 등이 퇴임이나 이임 전 특활비를 몰아서 쓰기도 했다는 지적에 대해, “모두 수사 업무에 배정돼 목적과 용도에 맞게 쓰였고, 지난 정부에서도 점검한 결과 이상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와 특활비 사용은 관계가 없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대검의 해명이 무색하게 인사 직전 ‘인수인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특활비를 쓴 근거가 인천지검에서 나왔다.

2018년 1월 인천지검 지출내역기록부. 먹칠 사이로 글자가 보인다.

인천지검은 인사가 나기 이틀 전인 2018년 1월 24일 특활비 11건 총 411만 원을 지출했다. 그 중 1건은 지출액이 265만 원이다. 검찰은 해당 영수증을 먹칠로 가렸으나 영수증 앞에 첨부하는 지출내역기록부 중 일부를 가리지 못했다.

먹지 속에 드러난 내용은 ‘인수인계 관련 경비’다. 어떤 ‘인수인계’를 했기에 256만 원이 필요했을까. 뉴스하다는 인천지검에 물었다.

  • 2018년 1월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를 보면 1월 24일 265만 원을 지급한 사유로 ‘인수인계 관련 경비’를 기재했다. 기밀수사에 사용해야 하는 특활비로 인수인계 경비를 사용해도 되는지.
  • 1인수인계를 할 때 왜 경비가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했나요.
  • 11월 26일 인사를 앞두고 송환영회 등 회식을 하거나 나눠준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해 인천지검은 보도 시점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당시 인천지검장이었던 공상훈 전 지검장은 “무슨 자료를 이야기 하는 건지 내가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요. 특활비라는 게 뭡니까? 원래 내용을 비공개하게 돼 있어. 근데 그걸 내가 기억도 안 날 뿐더러 안다 하더라도 이야기를 못 해준다”고 말했다.

먹칠하지 못한 단 한장의 영수증

인천지검과 부천지청은 뉴스하다가 1차로 수령한 모든 영수증에 먹칠을 했다. 특활비의 경우 수령인과 수령사유를 완전히 감췄다. 이번 보도에서 드러난 이름들은 먹칠 뒤에 숨어있던 글자를 취재진이 어렵게 찾아낸 결과다. 다만 검찰도 가리지 못한 단 한 장의 영수증이 있었다.

설 연휴를 3일 앞둔 2022년 1월 26일 부천지청에서 작성된 영수증에는 수령인의 이름과 서명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날 50만 원을 수령한 수령인은 이종혁 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다.

부천지청은 같은 날 이종혁 차장검사 외에도 7명에게 50만 원씩을 지급한다. 이 차장검사를 비롯한 8명이 나눠가진 특활비 총액은 400만 원이다.

뉴스하다는 취재과정에서 찾아낸 특활비 오남용 사례에 대해 인천지검과 부천지청의 입장을 여러 차례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홍봄 기자 steelers0313@daum.net
이창호 기자 ech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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