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백운공원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청 철도과가 일방적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환기구 위치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시절 있었던 일로, 새로 취임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시장이 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주민들은 인천시청에게 기만당했다고 분노하고 있고,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인천시청 철도과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행정 편의’가 낳은 모순
같은 GTX-B 환기구였지만, 연수구와 부평구에 적용한 인천시의 기준은 달랐다.
뉴스하다가 입수한 ‘GTX-B 실시설계 관련 검토의견서’를 보면, 환기구 위치 선정 과정에서 인천시청 철도과의 이중잣대가 드러난다.
연수구에 들어설 환기구(#4)는 당초 사모지 근린공원 내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천시 공원 계획과 저촉된다는 이유로, 공원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주차장 부지로 위치를 변경했다.
하지만 부평구 백운공원에 설치되는 환기구(#6)는 정반대였다. 당초 유휴지였던 십정3재개발구역에 계획됐으나, 사유지인 해당부지 내 보상문제 등을 피하기 위해 국공유지인 백운공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보상비 절감이라는 ‘행정적 효율성’을 위해 주민들의 소중한 휴식 공간인 백운공원을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다.

설명회도 없었다, 소통 부재가 키운 불신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목소리가 완전 배제됐다는 점이다. 관련 법령상 공원 내 시설 설치 시 주민 공람과 설명회가 필수적이지만, 이 절차가 생략됐다.
주민들은 지난해 8월 환기구 설치공사 펜스가 쳐지고 나서야 위치 변경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밀실 행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5월 시작된 발파 작업으로 인해 인근 노후 주택의 벽면이 갈라지고 창틀이 뒤틀리는 등 실질적인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번달 개장한 어린이 물놀이장이 공사 현장과 불과 30m 거리에 있어, 대형 장비 이동에 따른 안전사고와 날림먼지로 인한 수질 오염 우려가 있다.

주민들은 박찬대 시장이 기존 ‘내부 협의’라는 행정 결정 뒤에 숨지 말고, 직접 주민들과 소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앞서 노종면 인천부평갑 국회의원의 중재로 주민대표, 시공사, 인천시청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구성됐다.
하지만 여전히 인천시청 철도과는 공사 중단이나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시청 철도과 관계자는 “(사모지)공원시설의 주차공간, 그러니까 산책로가 중앙개념이 있다 보니까 그거(환기구)를 우측으로 다 뺀 것”이라며 “백운공원도 마찬가지로 가급적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족구장 쪽에다 설치한다”고 말했다.
또 “주로 환기구가 다 공원에 입지한다”며 “환기구가 한 10m 이상 가다 보니까 주요도로변에도, 보도에도 할 수 없고 사유지를 매입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주변에 사용하지 않는 다른 국공유지는 없느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걸 지금 와서 말씀하시면 뭐라고 말씀 드릴, 선정 당시 제가 담당자로 했던 부분도 아니고 아마 최적의 장소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대 시장은 과연 ‘행정 편의’를 위해 희생된 주민들의 권리를 되찾아줄 수 있을까. 그동안 강조해온 ‘소통 시정’의 진정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삐딱하게’는 인천경기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하다 공동대표인 이창호 기자의 ‘시각’을 담은 기사입니다.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