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박태환의 이름을 딴 수영장이 두 곳 있다. 하나는 인천시민의 세금으로 지었고, 다른 하나는 박태환이 직접 마련했다.
세금으로 지은 문학박태환수영장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경기장으로 쓰인 전국 최고 수준의 공공 수영시설이다.
올림픽 경기가 가능한 50m, 8레인인 주수영장과 50m, 6레인 보조수영장, 다이빙수영장 등이 갖춰져있다.
박태환은 후배 양성의 기회를 약속 받고 수영장에 이름을 내줬다. 그런데 정작 이 수영장에는 이름 말고 그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 자리에는 수영 꿈나무들을 상대로 한 불법 레슨(강습)이 파고들었다.
교육청 급여를 받는 운동부 지도자들은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강습을 하며 개인 명의 계좌로 강습비를 챙겼다.
여러 차례 민원과 적발이 있었지만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 인천시교육청은 가벼운 처분으로 불법 행위를 흐지부지 했다.
뉴스하다는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했다.

인천시와 MOU 맺고 이름 내준 박태환
2013년 10월 14일, 인천시 남구(현재 미추홀구) 문학동에 박태환 선수 이름을 딴 ‘문학박태환수영장’이 처음 문을 열었다.
박태환 선수는 개장 당일 수영 꿈나무 10명에게 수영모를 전달했다. 은퇴 후 이곳에서 꿈나무를 육성하기로 한 프로그램 속 이벤트였다.
한국 수영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의 업적을 기려 지어진 이곳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열기가 가득했다.
개장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 수영장이 한국 수영 꿈나무 육성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와 박태환은 수영장 개장에 앞서 2013년 5월 14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당시 MOU 체결 사실은 보도됐지만, 구체적인 협약 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뉴스하다가 확보한 양해각서에는 수영장 명칭 사용과 운영·관리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인천시는 2014 AG 신설수영장(문학동 소재)에 대한 명칭으로 박태환 선수 이름을 사용할 수 있으며, 명칭 선정은 인천시에서 결정한다.’
‘박태환 선수는 인천시의 협조를 통하여 수영꿈나무 발굴·육성을 위한 재단설립을 추진하고 인천시의 체육 진흥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2014 AG 신설수영장을 박태환 선수 재단에 위탁하여 운영·관리하는 사항은 상호 협의하여 정한다.’
– 인천 수영꿈나무 육성과 수영발전을 위한 박태환 인천시청 수영선수와의 공동협약. 2013년 5월 14일.
이 협약으로 인천시는 박태환 선수 영입에 더해 아시안게임 수영경기장에 ‘박태환’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고, 박태환 선수는 ‘문학박태환수영장’을 운영·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박태환 선수는 소속을 인천시청으로 옮겼다. 어린이 수영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가칭)박태환 재단 준비위원회도 이 협약에 따라 꾸렸다.

불법 강습 목격, 석 달 만에 떠나야 했던 박태환
2013년 협약 이후 3년 넘게 미뤄졌던 운영을, 박태환 재단 준비위원회는 2016년 말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쳤다. 보조풀에서 불법 강습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재단 준비위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 보조풀은 드러나지 않거든요. 여기서는 어떤 일을 해도 다 숨길 수가 있었던 거예요. (인천시와) MOU 때문에 운영을 하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이미 거기서 (불법)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걸 봤어요.”
“당시 책임자한테 (불법강습) 하면 안 된다고 했었고, 2017년도와 그 이후에도 이렇게 하면 좋은 선수 못 나온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안 되더라고요.”
– 박태환 재단 준비위원회 관계자

이런 상황에서 재단 준비위는 직접 강사진을 꾸려 동호인과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갔다. 박 선수가 호주에서 10년 동안 참여했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운영 기간은 2017년 상반기 3개월 남짓에 그쳤다.
재단 준비위는 인천시체육회가 프로그램 운영을 직접 맡아야 한다는 이유로 레인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문학박태환수영장 레인은 인천시수영연맹을 거쳐 인천시체육회가 배정하는 구조였다.
박태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강사 가운데 일부는 인천시체육회와 계약을 맺고 강습을 이어가기도 했으나, 이 역시 오래 가지는 않았다.
결국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박태환 재단이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는 자리잡지 못했다.
재단 준비위 관계자는 “지금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나오게 된) 이유를 언급하고 싶지 않고, 관여하기도 원하지 않는다”며 “시설 운영에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문학서 사라진 박태환, 송도에 박태환수영장 개장
인천시와 약속은 온전히 이행되지 않았고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박태환’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박태환 선수는 꿈나무 육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문학박태환수영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계획했던 박태환 재단 대신 ㈔박태환수영과학진흥원을 2019년 설립해 공익활동을 펼쳤다.
2020년과 2022년에 걸쳐 송도에 ‘어린이 전용 수영장’과 ‘아쿠아틱센터’를 열면서 인천에는 박태환 수영장이 두 곳이 됐다.

문학박태환수영장은 개장 당시 대지 면적 1만8천600㎡에 총면적 1만8천194㎡, 지하 1층~지상 3층에 3천6석의 관람석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
반면 송도에 있는 박태환수영장은 25m, 6레인 규모의 비교적 작은 시설이다. 규모에서는 차이가 크지만, 박태환은 자신의 방식대로 꿈나무 육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시와 체육회는 박태환 선수와의 MOU가 이행되지 못한 이유와, 당시 레인 배정 상황, 프로그램 운영 중단 경위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2편 예고 : 시민 혈세로 지은 문학박태환수영장서 벌어진 불법 레슨>
※ 뉴스하다는 수영계를 비롯한 체육계 만연한 불법 카르텔, 부조리와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newshada23@gmail.com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