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세금으로 만든 ‘의원 얼굴 케이크’, 문서엔 감쪽같이 ‘행사물품’_법카로 차린 밥상⑧

인천시 제물포구의회의 전신인 동구의회 의원들이 시민 세금으로 자신의 얼굴을 새긴 고가의 수제케이크를 선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케이크를 개인적으로 가져간 의원들도 있어 예산 집행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케이크를 받은 의원 8명 가운데 4명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재선하거나 한 단계 높은 자리로 옮겨 당선됐다. 

유옥분·오수연·김종호 의원은 제물포구의원으로 당선했고, 장수진 의원은 인천시의원이 됐다. 이 중 장수진 의원만 예산 반납 의사를 밝혔다.

동구의회 의원들이 지난해 연말 선물 받은 수제케이크. 각 의원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뉴스하다 취재 결과 인천 동구의회는 지난해 12월 11일 법인카드로 연수구 송도동의 A업체에서 37만6천 원을 결제했다. 

해당 업체는 수제케이크 제작업체로서,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수제케이크 단일 품목만 취급한다. 

의회 결재문서에는 이 지출이 ‘다과 1식’으로 적혀 있다. 

용도 역시 ‘종무식 및 시무식 행사 진행용 물품’이라고 기재돼 있을 뿐, 케이크라는 사실이나 구체적인 품목·수량은 적혀있지 않았다.

A업체가 발행한 영수증에도 총 금액만 나오지 품명은 없다. 품명이 나오지 않는 영수증으로 발행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동구의회 지출증빙 서류. 품의서와 영수증에 수제케이크 구입 내역이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로는 의원 8명의 얼굴 사진을 각각 새긴 수제케이크 8개를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1개당 4만7천 원 꼴로, 맞춤이 아닌 시판 케이크와 비교하면 고가다.

케이크는 지난해 12월 31일 종무식 행사에서 의원들에게 전달됐다.

당시 윤재실 의원은 개인 SNS에 케이크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케이크에는 의원 사진과 함께 ‘동구의 발전을 위해 힘써주신 4년,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또 단체 채팅방에서는 케이크를 받은 장수진 의원이 “정성이 가득 담긴 케이크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의회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내용이 확인됐다.

의원 얼굴이 새겨진 케이크 사진과 수제케이크를 받고 감사 인사를 전한 장수진 의원. 

이와 관련, 장수진 의원은 “당시 가져가면 안 된다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잘못된 일인 걸 인지했으니 예산을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오수연 의원은 “4년 동안 주민들을 위해서 애쓰고 수고했던 부분을 의회 사무과에서 감사 표시로 (선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저희도 부담 없이 받아갔다”고 말했다. 

김종호 의원은 “종무식을 하고 뭔가를 받았고, 나중에 의원들 얼굴 새긴 케이크라고 (말)하는 걸 듣긴 한 거 같다”며 “어디 들고 갈 수 있는 일정이 아니어서 직원분들 드시라고 주고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의장이었던 유옥분 의원은 “먹는 케이크를 뭘 가져가겠느냐”며 “그 자리에서 직원들과 나눠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장으로서 케이크 제작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었고, 실무자들이 상황에 맞게 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당시 동구의회(현 제물포구의회) 담당 공무원은 “종무식 행사 취지에 맞게, 한 해 고생한 의원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이벤트성으로 준비한 것”이라며 “행사장에서 직원들과 나눠 먹기도 했고, 남은 케이크를 의원들이 가져가신 것 같다”고 해명했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