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없는 경기장] ‘성접대’ 의혹 축협 법인카드 내역 공개, 국민들 눈속임

대한축구협회가 국내외 심판들을 위해 쓴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매우 불투명하게 공개했다.

2011~2012년 심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이달 초 제기됐음에도, 국민들에게 법인카드 씀씀이를 뭉뚱그려 공개한 셈이다.

특히 숙식비, 교통비 등은 심판 참석 인원수, 숙소, 교통편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되레 의혹을 키우고 있다.

똑같이 하루에 단 한 경기만 치러진 국제경기지만 심판 지원 관련 사용금액은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났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천부평갑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26일 대한축구협회 제출한 최근 5년간 심판 지원 관련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지난 7월 30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응답 중인 노종면 의원과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국회방송.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숙식비용, 교통편의비용, 기타비용이다. 

숙식비용은 숙박비, 식대 및 심판진 기념품(홍삼 등)이다. 교통편의비용은 국내 이동 차량 임차 및 항공권 등이다. 기타비용은 심판 검진비용(병원) 및 의류 세탁 등 장비로 돼 있다.

경기일자가 여러 날이고, 다수의 경기가 열린 예선대회는 비교가 어렵다.

최근 5년간 하루에 딱 1경기만 치러진 경우는 4차례다. 그런데 숙식비용과 교통편의비용은 고무줄처럼 늘기도, 줄기도 한다.

2021년 11월 11일 치러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홈경기’는 고양시종합운동장에서 진행했다.

이 때 숙식비용은 1천905만 원, 교통편의비용은 528만 원, 기타비용은 57만 원으로 총 2천490만 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2021년 4월 8일 ‘2020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예선 플레이오프’는 똑같이 고양시종합운동장에서 중국과 상대했는데 숙식비용은 562만 원, 교통편의비용은 247만 원 등 총 809만 원이다.

단 하루에 치러진 1경기 심판 지원 법인카드 사용금액이 여자 대표팀보다 남자 대표팀 경기에  3배 넘게 사용된 셈이다.

남자 대표팀 경기끼리 비교해도 5차전 대비 2022년 3월 24일 이란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월드컵 예선 9차전 홈경기가 훨씬 적은 비용이 투입됐다.

이날 투입된 심판 지원 관련 사용금액은 숙식비용 1천282만 원, 교통편의비용 600만 원, 기타비용 6만 원으로 총 1천888만 원이다.

노종면 의원이 축구협회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심판 지원 관련 사용내역. 

2021년 10월 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치른 월드컵 예선 3차전 홈경기에도 숙식비용 1천249만 원, 교통편의비용 704만 원, 기타비용 42만 원으로 1천995만 원이다.

숙식비용과 교통편의비용을 가장 많이 쓴 경기는 2021년 6월 5일부터 13일까지 고양시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진 ‘하나은행 후원 월드컵 아시아 예선(H조)’이다.

이 기간 5경기가 치러졌고 숙식비용은 5천753만 원, 교통편의비용은 2천83만 원, 기타비용은 214만 원 등 총 8천51만 원을 썼다. 5년간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갔다.

여자 대표팀이 심판 지원에 쓴 809만 원 대비 10배가 넘는 비용이 투입됐다.

두 번째로 예산이 많이 들어간 경기는 2021년 9월2일(서울)과 7일(수원) 치러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2차전 홈경기’다. 

이라크와 레바논을 상대로 경기가 차례로 치러졌고 숙식비용은 4천163만 원, 교통편의비용은 1천28만 원, 기타비용은 39만 원 등 총 5천230만 원이 들어갔다.

월드컵 예선전은 각각 9일, 6일에 걸쳐 5경기와 2경기가 치러졌다. 단 하루 치러진 대회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6~10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이와 관련, 노종면 의원실 관계자는 “심판 참석 인원수와 어느 숙박시설이었는지, 며칠을 국내 머무르고 항공편을 포함한 교통편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으니 돈을 어떻게 썼는지 미궁 속”이라며 “자세한 내역 공개를 재차 요청해놨지만 세금으로 법인카드를 쓰지 않았다는 논리로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종면 의원은 ‘법인카드를 이용한 심판 성접대 의혹’을 비롯한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협회에 요청했다.

노종면 의원실이 협회 법인카드를 발급한 카드사에 문의한 결과, 의혹이 제기된 2011~2012년을 포함해 현재까지 사용내역을 카드사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사는 협회가 동의할 경우 해당자료를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노종면 의원실은 협회가 카드사 자료 제출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협회는 지난 24일 최종 거부했다.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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