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걸 두고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다.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고, 두 차례 접대 중 한 건은 아예 기소 대상에서 빼줬기 때문이다.
뉴스하다는 관련 대법원 판례를 분석해 쟁점을 짚어봤다.

대법원의 이재용 회장 사건 판단과 다르게 해석
공수처는 일단 지 판사의 뇌물죄를 모두 빼줬다. 2023년 8월 변호사 2명에게 술접대 받은 것과 2024년 9월 2차 접대(5명 참석) 둘 다 뇌물 혐의는 없단다.
이유는 재판부에 진행 중인 사건이 없었고, 접대 시점과 10년 정도 차이가 나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접대 제공자가 다름 아닌 변호사였다는 사실을 간과한 판단으로 보인다.
법관과 변호사 사이에는 사건 수임 가능성이 상시로 존재하는 만큼, 접대 당시 진행 중인 사건이 없었다고 해서 대가성을 쉽게 부정하면 안 된다.
대법원은 2019년 8월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마 지원’ 사건 판결(2018도2738) 등에서 뇌물성 판단의 대가관계를 개별 사건 단위의 구체적 청탁이 아니라 지위·관계·접대 정황을 종합한 전체·포괄적 대가관계로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법리를 적용하면, 특정 사건과 직접적 연결고리가 없더라도 판사와 변호사라는 지위 관계 자체에서 비롯된 포괄적 대가성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
단순 ‘n분의1’ 아니라 ‘상석 접대’ 등 확인했어야
공수처가 분할 계산한 방식도 법리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지귀연 판사는 2023년 8월 변호사 2명과 함께 서울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총 409만 원 상당의 술접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는 이를 3명이 나눠 소비한 것으로 보고, 1인당 약 136만 원으로 계산했다. 지 판사가 받은 접대는 136만 원짜리라고 판단한 것.
이 때문에 공수처는 청탁금지법 위반(100만 원 초과 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2024년 9월 이뤄진 2차 접대(총 416만 원, 5명 참석·1인당 약 83만 원)는 100만 원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불기소했다.
대법원은 2024년 10월 향응 가액 산정 방법을 다룬 판결(2023도12580)에서, 접대 비용을 참석자 수로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정 인물이 다른 참석자와 다른 형태의 대접을 받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면 개별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무조건 n분의1’이 아니라, 차등 정황이 있으면 차등해 접대 받은 만큼 계산해야 한다는 것.
이는 지 판사가 다른 참석자(변호사 2명)와 다른 형태의 접대(상석 대접, 별도 서비스, 실제 더 많은 술·안주를 소비했다는 정황 등)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균등분할이 아닌 개별 산정으로 전환해야 하고 이 경우 1인당 금액이 136만 원보다 높아질 수 있다.
특히 2차 접대(불기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만약 지귀연 판사가 유독 많은 비중을 소비했다는 정황이 나오면 100만 원을 초과해 청탁금지법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공수처는 왜 뇌물죄 빼주고, 균등분할 했나
서울고법은 2017년 8월 17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브로커를 통해 현직 부장판사에게 외제차 등을 제공한 혐의 사건(2017노288) 재판에서 뇌물공여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접대 당시 해당 판사가 정운호 사건을 직접 담당하지 않았고, 검찰이 개별 사건과 대가관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서였다.
대법원은 2015년 3월 12일 여검사와 변호사 알선수재 사건(2013도363)에서 청탁과 금품수수 사이의 시간적 간격, 당사자 간 사적 관계 지속성 등을 근거로 대가관계를 부정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공수처가 균등분할 계산한 이유는 대법원 판례 중 차등 정황이 있다면 개별 산정해야 한다는 판례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 ‘삐딱하게’는 인천경기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하다 공동대표인 이창호 기자의 ‘시각’을 담은 기사입니다.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